파리에 오래 살면 지인들의 관광을 돕는 일이 적잖이 생긴다. 나에게 루브르, 오르세 가이드를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 난 이분을 소개하겠다.
2018년 4월 21일 토요일
우리교회 여선교회에서 9분이 단체 성경투어를 신청하였다. 파리에 15년을 살면서 루브르 박물관을 단 두번 다녀왔는데, 이번 성경투어가 그 두번째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관람객도 많고 작품도 많아 그 광활한 곳을 단 하루만에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더욱 그러한 곳이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관람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루브르 같은 대형박물관은 피해왔었다.
이 성경투어를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도 이번 기회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사실 큰 기대감은 없었다. 붐비고 정신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내 안에 굳게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투어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고대 유적물만 있는 곳이라 조용했고 한적했으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님의 설명을 라디오 수신기로 깔끔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 가이드님의 화법과 발성이 마치 연극인같아서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이 정확하게 들렸다. 뭐라고 하셨냐고 되물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딕션이 좋았다. 가이드만 1000번 넘게 하셨다고 하니 당연한 일일 수 있겠지만 이 분은 정확한 정보전달에 있어 타고난 아나운서셨다.
투어를 마친 후 만보기를 확인해 보니 박물관 투어는 많이 걷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 작품 한 작품 오랫동안 서 있어야 했는데 허리가 아플만 하면 적절한 곳에 앉아서 작품 설명을 이어 들을 수 있게 해 준 점이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다. 가이드님의 숱한 경험을 통해 계산된 배려이리라. 아무튼 나는 앉을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단체 관람이다 보니 나 혼자 쉬고 있을 수도 없고 또 좀 앉았다 가자고 말하기도 어려운 부분인지라 ..
그리고 부연설명을 하실 때 아이패드를 활용하셨는데, 뭘 느꼈냐면 이 가이드는 정말 이 투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하셨구나,이다. 회사에서 다 짜여진 스토리를 단순히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닌, 가이드 개인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공부해서 이 성경투어가 고안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이드님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보너스로 들려주신 루브르 박물관 역사 이야기도 정말 재밌있었고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은 이야기도 간간히 들려주셨는데 투어 내내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가성비 정말 만족스러웠던 이번 성경투어.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흥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는 것은 직접 경험해 보시라고 간단한 소회를 써 보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가이드님 파리에 몇 안 되는 공인가이드이십니다.